'더블탭 공격'으로 구조대가 표적이 되다 | 드론 전쟁의 함정

구조대를 노린 '더블탭 공격'으로 우크라니아 소방관 3명이 희생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사라져가는 인간성과 깊어지는 증오의 현실을 현장에서 목격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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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7, 2025
'더블탭 공격'으로 구조대가 표적이 되다 | 드론 전쟁의 함정

전쟁터에서 사라진 인간성과 연민

*이 글은 기자협회보 기고 기사 '더블탭 공격'과 사라진 푸시킨 동상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도 서로 적이지만 상호 간 존중과 연민의 정신이 발현되곤 한다. 1차 세계대전 중인 1914년 12월24일 벨기에 이푸르 전선에서 영국군과 독일군 사이에 '크리스마스 휴전'이 벌어졌다. 독일군 참고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 캐럴이 양측 진영으로 퍼져나갔고, 병사들은 조심스럽게 참고 밖으로 나와 마주 섰다. 이 기간 병사들은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추모식을 열었으며, 서로 군복 단추나 배지를 교환하고 축구 시합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3년 6개월을 넘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기가 힘들다. 범슬라브 민족이란 동질감조차 온데간데 없고 양측 간 증오와 잔혹함은 시간이 갈수록 두드러진다. 더욱이 드론의 전면 등장은 대면한 적을 상대로 한 인간적 갈등의 여지도 없애버렸다.

#1 드론 전쟁이 만든 잔혹한 전술, '더블탭 공격'

더블탭 공격(Double-Tap Attack)은 어떤 전술일까?

'더블탭 공격'은 부상 병사를 또다시 공격해 아예 살해하거나 아니면 구조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2차 공격을 가해 인명피해를 증대시키는 잔혹한 전술이다. 6월 현지 취재 기간 이러한 더블탭 공격이 최전선이 아닌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소방관 3명을 노린 드론 전쟁의 참혹한 현장

현장에서 목격한 드론 더블탭 공격의 실상은?

6월6일, 러시아의 드론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의 한 건물을 공격해 불이 나자, 소방관들이 도착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다. 잠시 뒤엔 공습경보도 해제됐다. 그런데 그때 숨어있던 다른 드론 한 대가 나타나 이 소방관들에게 돌진해 폭탄을 투하했다. 진화 작업 중이던 소방관 3명이 숨졌다.

그 공포와 함께 증오심도 커진다. 지난해 12월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눈앞에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공습경보 해제 뒤 현장에 달려갔을 때는 이미 소방관들이 도착해 불을 끄고 있었다. 이제는 2차 공격의 위험 때문에 소방관들이 즉시 대처할 수 없게 됐다.

#2 사라지는 러시아 문화의 흔적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타라스 셰브첸코 대학은 그곳 젊은이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최고의 명문대로 꼽힌다. 대학생들은 전쟁이 나도 징집이 안 되지만 자원한 학생들 가운데 전사한 이들의 사진이 교내 곳곳에 붙어있다. 이 대학에는 대문호인 푸시킨과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고골의 동상이나 초상화가 걸려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이들이 우크라이나인이 아니라 러시아인이라는 게 철거 사유다. 키이우 시내 역이나 공원, 광장의 러시아식 명칭도 모두 바뀌었다.

한 글자도 용납되지 않는 러시아의 잔재

지금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드미트로의 러시아식 이름인 드미트리로 부르면 화를 낸다. 올렉산드라를 알렉산드라로 불러선 절대 안 된다. 볼로디미르를 블라디미르로 부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단 한 글자의 러시아식 잔재도 허락하지 않는다.

각인된 증오심과 상흔이 지워질 수 있을까?

드론 전쟁이 만든 것은 단순한 군사적 변화가 아니다. 인간의 기본적 연민과 문화적 유대까지 파괴하는 새로운 형태의 잔혹함이 현실이 되고 있다.

더블탭 공격은 우크라이나 드론 전쟁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변화 중 하나일 뿐이다. 4주 만에 양성되는 드론 파일럿, 연간 1천만 대를 생산하는 드론 산업, 그리고 이 모든 기술을 학습하고 있는 북한군까지. 우크라이나 전장은 미래 전쟁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실험실이 되고 있다.


*드론이 바꾼 전쟁의 잔혹한 현실과 미래 전쟁의 모습은 시사기획 <창>을 통해 소개한다. '우크라이나 임팩트 <제1편> 미래 전쟁의 서막'은 8월 1일(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 방송된다. 방송 후 영상은 KBS 시사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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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금철영